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하라주쿠의 뒤안길에서 나는 100%의 여자아이와 엇갈린다.
솔직히 말해 그다지 예쁜 여자아이는 아니다. 눈에 띄는 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멋진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니다. 머리카락 뒤쪽에는 나쁜 잠버릇이 끈질기게 달라붙어 있고, 나이도 적지 않다. 벌써 서른 살에 가까울 테니까. 엄밀히 말하면 여자아이라고 할 수도 없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50미터 떨어진 곳에서부터 그녀를 알아볼 정도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의 여자아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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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 수도 없다. 흰 스웨터를 입은 그녀는 아직 우표를 붙이지 않은 흰 사각 봉투를 오른손에 들고 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 것이다. 그녀의 눈이 졸린 듯한 것으로 봐서, 어쩌면 하룻밤동안 그것을 썼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각 봉투 속에는 그녀에 관한 비밀이 전부 들어있는지도 모른다. 몇 걸음인가 걷고 나서 뒤돌아 보았을 때, 그녀의 모습은 이미 혼잡한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고 없었다.
* * *
물론 지금은, 그 때 그녀를 향해 어떻게 말을 걸었어야 했는가를 확실히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떻든 간에 너무나도 긴 대사이므로 틀림없이 제대로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내가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실용적이지 못하다.
아무튼 그 대사는 '옛날 옛적에' 로 시작되어,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지 않습니까' 로 끝난다.
* * *
옛날 옛적에, 어느 곳에 소년과 소녀가 있었다. 소년은 열여덟 살이었고, 소녀는 열여섯 살이었다. 그다지 잘생긴 소년도 아니었고, 그다지 예쁜 소녀도 아니었다. 어디에나 있는 외롭고 평범한 소년과 소녀였다. 하지만 그들은 틀림없이 이 세상 어딘가에 100% 자신과 똑같은 소녀와 소년이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렇게, 그들은 '기적'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기적은 확실히 일어났다.
어느 날 두 사람은 거리 모퉁이에서 딱 마주치게 된다.
"놀라워, 난 줄곧 너를 찾아다녔단 말야. 네가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넌 내게 있어서의 100%의 여자아이란 말이야."
하고 소년이 소녀에게 말한다.
"너야말로 내게 있어서 100%의 남자아이야. 모든 것이 모두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야. 꼭 꿈만 같아."
두 사람은 공원 벤치에 앉아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언제까지나 실컷 얘기를 나눈다. 두 사람은 이미 고독하지 않다. 그들은 각기 100%의 상대자를 원하며, 자신은 그 상대자의 100%가 되고 있다.
100%의 상대자를 원하며, 상대자의 100%가 된다는 것은 그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것은 이미 우주적인 기적인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마음 속을 얼마 안되는, 극히 얼마 안되는 의구심이 파고든다. 이처럼 간단하게 꿈이 실현되어 버려도 괜찮은 것일까 하는...
대화가 문득 끊어졌을 때, 소년이 말한다.
"이봐, 다시 한번만 시도해보자. 가령, 우리 두 사람이 진정한 100%의 연인이라고 하면, 반드시 언제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될거야. 그리고 이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도 역시 서로가 서로의 100%라면, 그 때 바로 결혼하자구. 알겠니?"
"응, 알았어."
그리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서쪽과 동쪽으로.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시도해 볼 필요는 조금도 없었다. 그런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진정 100% 완벽한 연인이었으니까. 그것은 기적적인 사건이었으니까.
하지만 두 사람은 너무나 어려서, 그런 것은 이해할 수조차 없었다. 그리고 정석처럼 비정한 운명의 파도가 두 사람을 마구 농락하기에 이른다.
어느 해 겨울, 두 사람은 그 해에 유행한 악성 인플루엔자에 걸려, 몇 주일간이나 사경을 헤맨 끝에, 옛날 기억들을 몽땅 잃고 말았던 것이다. 어찌된 일일까, 그들이 깨어났을 때, 그들의 머리 속은 마치 D.H.로렌스의 소년 시절 저금통처럼 완전히 텅 비어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참을성 있는 소년과 소녀였기 때문에,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다시금 새로운 지식과 감정을 터득하여, 훌륭히 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다.
아아 하느님, 그들은 진정 확고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정확하게 지하철을 갈아타거나 우체국에서 속달을 부치거나 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리고 완벽하지는 못해도 75%의 연애랑, 85%의 연애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소년은 서른 두 살이 되었고, 소녀는 서른 살이 되었다. 시간은 놀라운 속도로 지나갔다.
그리고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소년은 모닝 커피를 마시기 위해, 하라주쿠의 뒤안길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하고, 소녀는 속달용 우표를 사기위해 똑같은 길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한다.
두 사람은 길 한복판에서 엇갈린다. 잃어버린 기억의 희미한 빛이 두 사람의 마음을 한순간 비춘다. 그들의 가슴은 떨린다. 그리고 그들은 안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의 여자아이란 말이다.
그는 내게 있어서 100%의 남자아이야.
그러나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의 빛은 너무나 연약하고, 그들의 언어는 이제 14년 전 만큼 맑지 않다. 두 사람은 그냥 말없이 엇갈려, 혼잡한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고 만다. 영원히.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지 않습니까.
* * *
그렇다. 나는 그녀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꺼내 보았어야 했던 것이다.
by Haruki Murak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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